오늘 전철에서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심장이 멈춰버릴뻔했다. 아니, 잠시 멈췄었다.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이 내 건너편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혹시 진짜 그녀가 아닐까 몇번이고 다시 봤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사람은 그냥 닮은사람이었다.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그사람의 옆모습을 보면서 잠시 회상에 잠겼다.
처음 봤을때부터 맘에 들었던 그녀. 처음에는 그녀가 가진 신비함에 매료되었고 차차 갈수록 그녀의 은근한 재치(?)에 매료되었고 마지막으로 가장 나를 매료시킨것은 그녀의 지적수준이었다.
얼마나 생각에 빠져있었을까. 문득 그녀의 신발끈이 생각났다. 수업이 끝나고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 그리고 내가 함께 교문을 나서는데 그녀의 신발끈이 풀렸다.
그때 그녀의 한마디,
"끈 매줘"
누구에게 한 말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때 내가 그 끈을 묶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전철은 계속해서 달렸고 어느덧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강을 건넌다...? 그녀가 자신의 싸이에 올렸던 사진중에 버스타고 다리를 건너면서 찍었다던 사진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에게 보냈던 문자.
"지금 그 사진속에 다리 건너가고있어~"
그 문자를 떠올리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나는 그저.. 피식 웃을수 밖에 없었다.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와 처음으로 만난 날이 생각났다.
그녀와의 첫 만남이 예정되었던 그 전날 저녁, 혹시 내가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내가 준비해간 돈이 모자르지는 않을까. 뭘 해야 그녀가 좋아할까.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막상 당일에는 예정에 없던 한사람이 추가되는 바람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만나게 되었지만:)-
그날. 점심을 먹고나서 그녀에게 "이제 뭐할까?" 라고 물어봤을때 집에 가야한다던 그녀를 나는 왜 잡지 않았을까.
그때 나는 왜 바쁘면 가라고 웃으며 말했었을까.
그땐 난 그것이 그녀를 위한 최고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전철에서 스스로 잘했다고 위로했고, 칭찬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온 미안하다는 문자가 너무나도 고마웠고 기뻤다. 단지 그 30원짜리 문자에도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행복은 어느곳에서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전철은 용산을 지나 남영으로 들어왔다. 목적지가 가까워짐에따라 나의 생각의 종점도 가까워졌다.
작년 7월이 떠올랐다. 답장이 늦는다고 답장좀 빨리 하라고 그녀에게 보냈던 그 마지막 문자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왜 그녀에게 화를내었을까? 문자 답장이 늦는다고, 그런 사소한 일에 왜 화를 내었을까.
그전까지는 아무말도 안하고 오는 문자 하나가 즐거웠던 내가 그날은 왜 왜 화를 냈던 것일까?
그리고 내가 그녀에게 받은 마지막 문자.
"이제 연락 안했으면 좋겠다."
당시 기타연습중이었는데 문자를 받고나서 실성한것처럼 웃었다. 그냥 웃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리고 나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그다음날, 다음다음날. 다음다음다음날. 계속-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좋은가.
그 사건을 통해서 그녀가 나에게 남겨준 것이 있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 내가 다치는 것을 너무 싫어해. 남이 나를 다치게 하기전에 내가 그사람을 다치게 하겠어.
그랬다.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타인이 나에게 작은 상처하나 주는것을 용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의 이런 모습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주 아픈 상처와 함께.
완전히 아물 수 없는 그녀와 나 사이에 아주 커다란 상처와 함께.
그녀만이 다시 치료할 수 있는 커다란 상처와 함께.
그날 이후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녀의 의지인지 그녀 친구들의 생각이었는지 결국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내게 다시 그녀에게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심을 담아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날 용서해주겠니?"
전철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내리기 위해 문앞에 섰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진짜 그녀가 아닐까 몇번이고 다시 봤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사람은 그냥 닮은사람이었다..
06.03.23, Cyworld Diary.
어제..그러니까 목요일 새벽에 꾼 꿈은 너무나도 제게 선명했습니다.
위 글의 주인공인 '그녀'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그것도 매우 밝은, 명랑한 모습으로요.
꿈 속에서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태까지 나누었던 대화들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요.